[The Acton Voice] 외교정책의 분석수준을 통합하여 설명할 수 있는 가능성과 조건

Woojin Jung
Bachelor of International Relations(Honours), 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
25 January 2016

1. 머리말

한 국가의 외교정책은 ‘국가목표 달성을 위한 정책결정과정의 산물’이며, 국가이익의 최선을 이끌어내는 중요한 요소이다. 외교정책 수립은 국가의 방향성을 명확히 나타내고,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경우, 그 파급효과는 대내외적으로 막강하다. 과정을 살펴 결과의 객관적 실효성을 파악하기 위하여 그간 학계에서는 국가가 어떻게 외교 정책을 수립해 나가는지에 대한 이론적 탐구의 시도가 여러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그 중에서도 흔히 쓰이는 외교정책의 분석 수준 (Level of Analysis)은 국가가 어떤 전략적 이해를 바탕으로 결정을 내리는지를 단계별로 나타내주는 유용한 도구이다. 분석 수준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로, 개인 변수 (Individual Level)이다. 집단의 최고 정책 결정자의 심리적 상태와 삶 속에서의 경험으로 인하여 구성된 여러 요소들과, 정치적 성향, 세계관 등을 종합하여 외교정책에 어떠한 영향을 얼마나 미치는지를 분석하는 미시적 접근법이다. 두 번째로, 집단 변수(Group / Bureaucratic Level)이다. 전제국가가 아닌 이상, 한 개인에 의해 정책의 노선이 좌우되는 경우는 드물며 오히려 관료 혹은 다수의 책임자들이 이해관계와 지적 역량을 종합하여 결정한다. 이 전제를 바탕으로, 집단의 구성을 파악하고 내부에 존재하는 문화, 타성 등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보다 조금 더 넓은 범위에서 분석한다. 세 번째는 구조 / 체제 변수 (System Level) 이다. 외교정책의 정책결정과정이 개인과 집단의 영향보다는 국제사회에 존재하는 국제정치적 구조에 의해 더 좌우된다는 전제를 기반으로 한다. 국가가 내릴 수 있는 결정 역시 표면상으로는 제약이 없어 보이나 그 배경에는 국제 환경적 요인과 그에 따른 이해관계로 인한 현실적인 제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보통의 경우, 구조와 체제 속의 제도 (Institution) 를 중심으로 분석하곤 한다.

외교정책의 세 가지 분석 수준을 통합하여 설명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현실주의, 자유주의, 구성주의, 더 나아가 페미니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론적 견해가 존재한다. 그리고 이론마다 선호하는 분석 수준이 존재한다. 그러나 더욱 포괄적인 이해를 위한다면 통합의 필요성을 간과할 수 없다. 외교정책 결정과정과 그 인과관계를 파악하는 것은 마치 사랑을 이어가던 두 남녀가 이별을 맞이한 이유를 설명할 때 난해함이 존재하는 것처럼 복합적이고 단순하지 않으며 일반화 또한 불가능하다. 때로는 개인 변수가 가장 유용한 돋보기가 될 수 있으나, 개인 변수에 치중하여 분석을 하려다 보면 집단이나 구조 속에서 보이는 여러 특성들이 개인 변수보다도 더 크게 작용하여 분석의 결과가 방대해지고 이론화될 수 없는 한계도 지니고 있다. 집단 변수와 구조 변수의 경우 또한 동일하다. 너무도 복잡한 결정과정의 현실 속에서, 하나의 이론 혹은 분석 수준이 효율적인 분석을 이끌어 낼 수는 없다. 외교정책의 분석 수준을 통합하게 된다면 세 가지 분석 수준을 총동원하여 연구의 대상인 정책결정과정을 다방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뒤집어 주장하자면, 세 가지 분석 수준 모두를 이용해야 하고, 한 가지나 두 가지만을 가지고 분석하는 것은 실용적이지 못할뿐더러 정확성도 부족하다.

이 글에서는 (비록 주어진 분량의 제약에 의해 짧게 서술하겠지만), 분석 수준을 통합하여 설명할 수 있는 사례를 들어 그 가능성과 조건을 논해보겠다. 필자는 분석 수준을 통합하여 설명했을 때 명쾌하게 외교정책 결정과정을 분석할 수 있었던 사례로 노무현 정부의 이라크 파병을 선택하였다. 이라크 파병의 과정은 사실 위주로만 간단히 서술하되, 세 가지 분석 수준이 왜 한 몸의 지체처럼 모두 요구되는지에 집중하겠다.

2. 노무현 정부의 이라크 파병

노무현 정부의 2003년 이라크 전쟁 한국군 파병 결정은 그의 정치적 성향과 정반대로 결정한 정책이었고 그로 인해 당시 지지자들로부터의 비난과 사회적 논쟁을 불러왔다. 우여곡절 끝에 한국군의 파병은 애초에 계획했던 대로 1만 명 이상이 아닌 최소한의 규모인 3000여 명으로 축소되어 결정되었다. 노무현 정부의 이론은 ‘우리의 파병이 향후에 전후 재건 복구 사업 등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면서 경제적으로 크게 도움이 된다’였다. 그러나 더 큰 이유는 파병을 기점으로 미국이 당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과정에서 한국의 관여 전략에 협조해줄 것이라는 기대에 의한 것이었다.노무현 정부의 이 결정과정을 면밀히 분석하려면 상술했듯 한가지 분석 수준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개인 변수에 초점을 맞춘 후 노무현의 평화주의적 사상에 기반을 두어 추론한다면 그에게 파병은 불필요한 정책이었다고 일반화할 수 있으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노무현 정부의 파병까지의 정책결정과정을 분석 수준을 통합하여 설명해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로, 개인 변수가 작용했으나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작용했기에 집단 변수와 구조 변수를 이용한 접근을 더욱 필요로 하는 사례이다. 개인 변수는 개인의 심리적 상태와 자라오며 지니게 된 가치관과 세계관이 특정 외교적 사안을 위기나 기회로 인식할 때 큰 영향을 주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노무현의 경우, 개인적 정치 성향으로 진보주의와 평화 중심적 외교를 표명하고 전쟁과 같은 무력 수단에 자국민을 가담하게 만드는 것에 반대하는 경향을 보여왔다.그렇기에 파병 결정은 그가 견지해온 신념보다도 더 큰 요소가 개입하였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하지만 개인 변수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었던 사례라는 점에서 개인 변수의 분석 수준이 요구되는 입체적 측면이 존재한다. 본래 이라크 파병 군의 규모는 1만 명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지속되는 회의와 절충의 결과, 미국의 파병 요구를 받아들이나 그 규모를 최소한으로 하고, 전투병 파병이 아닌 전후 재건사업 지원을 위한 파병으로 그 성격을 바꾸었다. 이것은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 (NSC) 사무처 차장의 의견이었으나 노무현이 수용한 것으로 보아, 파병을 궁극적으로 지지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그의 개인적 신념에 부합하는 결과를 어떤 방법으로라도 만들고 싶었던 의도라고 이해됨으로써, 개인 변수가 작동했음을 분석해낼 수 있다.

둘째로, 집단 변수 또한 작동했으나 명확한 분석을 위해서는 그 설명의 범위가 부족하기에 통합적 접근이 요구된다. 당시 내각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이라크 전쟁은 정의로운 전쟁이 아니고, 파병 후 희생 장병이 생겼을 시 비난 여론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며, 지지자들로부터 외면받을 가능성을 이유로 파병에 반대했다. 이들은 대부분 노무현과 정치적 성향을 같이 한 인사들이었다. 그러나 NSC에 소속된 관료들은 파병을 주장했는데, (1만 명 이상의 파병을 주장하기까지 했다.) 미국의 요청에 응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위신을 얻고, 현지에서 독립 구역을 맡아 독립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의견을 낸 인사 중에는 군 출신 관료가 많았다. 미국의 정치학자인 그래엄 앨리슨 (Graham Allison)의 수평적 동료 모델 (Collegial Model)로 분석될 수 있는 노무현 정부 내각은 대통령과 관료가 광범위하고 긴 토론을 거친 뒤 결정을 내리는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집단 내부에서는 더욱 우월한 동기인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하나의 정치적 옵션으로서 이라크 파병 문제가 이해되었음을 추론할 수 있다. 당시 노무현 내각은 이종석을 중심으로 하는 NSC쪽 인사와 윤영관 외교통상부장관을 필두로 하는 외교안보라인으로 양분이 되어 있었음에도 최종적으로 북핵문제 해결에 파병을 엮은 것은 집단 변수가 짚어줄 수 있는 요소이다. 노무현 정부의 3대 목표 중 하나는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를 구현하는 것이었고, 그의 ‘동북아 균형자론’은 그 이론적 토대였다. 한국이 구상하는 큰 그림에서의 ‘동북아 균형자’ 이니셔티브와 작게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여 분단의 극복을 이루려는 의도와는 반대로 중요한 외교적 파트너인 미국의 부시 정부는 이미 강경노선을 채택한 상태였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라크 파병 문제는 한국이 그래도 미국의 상응하는 보답, 즉 남북문제에 미국의 협조를 기대하며 집단 내부의 합의를 거친 결과라고 추론할 수 있다. 그리고 파병을 통한 신뢰를 바탕으로 미국의 지지를 얻어, 북한문제를 남한 주도의 다자외교로 해결하기 위한 도구인 6자회담이 도입되었다. 결과론적으로 미국의 행보는 한국의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이어졌지만 말이다.

마지막으로, 노무현 정부의 이라크 파병은 개인 변수와 집단 변수가 짚지 못하는 영역을 구조 변수가 해결해줘야만 설명이 풍부해질 수 있는 사례이다. 상술한 대로 노무현 내각은 집단적 사고에 기인하여 이라크 파병을 결정했고 이 결정은 완벽히는 아니지만 6자 회담이라는 국제 레짐의 도입을 야기했다는 주장이 있다. 국제 구조 / 체제 변수는 케네스 왈츠가 주장한 대로 민주주의 국가라 하더라도 위정자가 ‘통치’를 할 수밖에 없는, 국익을 위한 판단이 우선시 되는 환경의 존재를 무엇보다도 부각시킨다. 한국의 경우 이 변수에 의해 외교정책결정이 좌우되는 경향이 있었으며 그렇기에 그 분석의 과정에서도 국제 체제 변수는 유용한 도구이다.

또한 구조 변수의 하층 단위인 제도 변수 또한 이라크 파병의 성격을 파악하는데 유용한 도구이다. 국가가 자발적으로 이익 극대화 (utility-maximising) 의 기치 아래 제도에 스스로를 귀속시키는 행위는 신고전 현실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볼 때 가장 현실적이며 실용적인 방편이다. 한국은 50년 넘게 지속된 한미 동맹의 영향력 아래 있었으나 (미국의 “Hub and Spokes” 전략으로 설명된다 – 미국을 중심축으로 하여 동아시아 국가와의 양자군사동맹을 강화하는 안보전략.) 오히려 그 구속성을 사용하여 파병 요구에 남북문제 해결을 접목시키려는 시도를 하였다. 이것은 제도 안에서 보여줄 수 있었던 유연함이었다고 설명할 수 있다.

총합하여 미루어 볼 때, 분석 수준을 통합하여 설명할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되려면 위 사례와 같이 외교정책결정이 내려지는 배경에 개인의 정치적 지향, 통치 집단의 성향, 국제 구조의 구성과 추세를 아우르는 요소들이 존재하여야 한다. 이라크 파병의 사례를 보면 외교정책결정과정은 그러한 측면을 충분히 내재하고 있다.

3. 분석수준 통합의 가능성과 조건

일찍이 김상배는 작금의 국제정치는 국가를 암상자 (Black Box)로 여기는 기존의 개념보다도 한 단계 복합적인 개념인 ‘네트워크화’로 진화했음을 주장했고 이에 부합하는 안보전략, 외교정책의 도래를 역설한 바 있다. ‘탈근대’로의 이행과정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Actor Network Theory’ (ANT)와 같은 새로운 이론은 행위자는 어떻게든 사물과 연관 지어져 있다는 기본적인 전제를 기반으로 보다 심층적이고 얽혀있는 국가 간의 관계를 중시한다. 그리고 외교 정책 역시 그러한 맥락에서 분석되고, 파악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분석 수준의 통합의 가능성에 관하여 다루자면, 밸러리 허드슨 (Valarie Hudson)은 외교정책분석의 통합이 학계 내에서는 그 동안 효과적이지 않았다는 부분에 대해서 “모든 분석 수준이 적절하게 발달되어 온 것이 아니고, 적용 범위에 대해 아직도 많은 작업이 보완되어야 하며, 방법론적인 ‘기술’이 아직도 부족하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나 통합의 중요성과 더 나아가 하나의 분과학문 (Foreign Policy Analysis as a Discipline) 으로서의 미래지향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필자도 이 주장에 동의한다. 외교정책의 결정과정을 분석 수준의 통합으로 다방면으로 설명하고 외교정책의 실행 과정의 이해를 지향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다. 그러나 국제관계학의 부속 단위로써 아직까지는 이론화를 기반으로 한 학제성이 부족하다는 측면과 상술했듯 네트워크화로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분석 수준의 합일화가 더욱 어려워진 개념이 된 부분도 사실이다.

사례를 통해 증명했듯 실제로 발생하는 국가의 행위에 대하여 그 복합성에 대한 다양한 이론적 설명을 제공하고, 분석하여 외교행위의 추세를 파악해야 하는 점에서 외교정책의 분석 수준의 통합은 그 의의가 있다 하겠다. 정책결정과정을 논리적으로 파악하여 생각해야 하는 이유는 이 과정에 대한 이해가 다음 세대를 살아가고 이끌어갈 우리에게도 요긴한 도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별히, 단지 초보적인 ‘생존’ 수준에서 벗어나 대전략 (Grand Strategy) 을 수립하고, 규범을 담론화하여 가치의 실현이 곧 국익의 실현이 될 수 있도록 하며, 이를 통해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이 되는 과제를 가진 한국의 위정자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참고자료

故 노무현 대통령 공식 홈페이지, 사람 사는 세상.http://www.knowhow.or.kr/rmhworld/bbs/view.php?pri_no=999548965&tn=t7&wdate=&gno=999513373&stype=0&search_word=&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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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17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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