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ton Voice] ‘국내 안보’란 무엇인가?

Hugh S. Shin
Bachelor of International Security Studies, 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
1 June 2015

* 본문은 ‘What is Internal Security?’ 의 한국어 번역문입니다.

국내안보(Internal Security)는 논란이 많은 안보 개념으로서 안보학 내에서는 비교적 소외된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국제안보학을 전공하는 학생에게 ‘국내안보의 개념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를 묻는 질문은 아주 중요한, 그러나 쉽지 않은 과제가 아닐까 싶다.

‘국제’라는 용어에 집착하는 이들에게 이 국내안보의 개념은 국제안보학, 좀 더 넓게는 국제관계학을 수학함에 있어 불필요한 개념으로 여겨질 수 있다. 국가안보(National Security) 개념을 선호하는 이들 역시 국내안보의 개념이 국가안보의 또 다른 이름에 불과하기에 의미없는 도구라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국가의 안보와 생존을 그 중심에 둔 개념이라는 점에서 국내안보와 국가안보는 꽤나 비슷한 개념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그러나, 국가를 안보의 대상으로 본다는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국내안보는 국가안보와 다른 독립적이며 구별된 안보 개념이다.

국내안보란, 국내에서 발생하는 문제에서 기인한 위협으로부터 국가의 영토와 주권, 제도 그리고 집권 세력을 보호하는 것을 의미한다. 비전통 안보 개념의 하나로서 ‘내면성(Internality)’의 개념, 즉 국가의 내면성을 함축하고 있는 안보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내면성의 개념이 국내안보가 포괄하는 안보의 대상(Referent Objects)과 위협의 범위(Scope of Threats)를 결정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여기서 분명히 할 점은 국내안보에 대한 필자의 이러한 정의가 국가의 내부적 요소라고 할 수 있는 영토, 제도 그리고 집권 세력을 안보의 대상으로 제한하는 서발턴 현실주의(Subaltern Realism)적 안보 이해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국내안보의 대상 역시 국가이며 이 점에서 국내안보는 전통적 국가중심적 안보주의, 다시 말해 국가안보 개념과 일치한다. 그러나, 국가 그 자체를 안보대상으로 하는 국가안보와 달리 국내안보는 국가의 지위(Statehood)를 유지시키는 내부적 요소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국내안보는 국가의 영토적·제도적 구조(Territorial and Institutional Structures)와 집권 세력의 정당성(Legitimacy of Governing Regime)에 대한 보호라고 해석할 수 있다.

혹자는 국내안보에 대한 위와 같은 정의가 여전히 국가중심적 안보 개념을 취하고 있으며 따라서 개인의 안보(Security of Individuals)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비판할 수도 있다. 허나, 직접적으로 개인을 국내안보의 대상으로 포함시키지 않았을 뿐, 필자 역시 국내안보의 개념이 국가의 영토와 제도에 속한 개인, 즉 국민의 안보 역시 포괄해야한다는 점에선 이의가 없다. 인구(Population) 역시 국가를 구성하는 필수 요소 중 하나이기에, 국가의 영토적·제도적 구조 내에 거하는 개인의 안보는 서발턴 현실주의가 이야기하는 국가의 안보의 일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안보의 개념이 인간안보(Human Security)의 개념을 포괄하거나 수용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는 오로지 국가의 영토적·제도적 범위 내에 속한 국민만을 안보의 대상으로 제한하는 국내안보의 개념과, 인류 그 자체를 안보의 대상으로 여기는 인간안보 개념이 서로 상충하기 때문이다.

국가가 국민의 생존과 안보를 위협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반으로, 국가가 안보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국가가 때로는 자국민을 대상으로 정치적 폭력을 행사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인도네시아 군부의 아체(Aceh) 지역 자국민에 대한 유혈진압과 전두환 군부의 5.18 광주 시민 학살이 그 대표적 예이다. 그러나, 자국민에 대한 국가의 폭력 행사(State-led Political Violence)가 때로는 정권 혹은 국가 안보 유지 및 강화를 위한 도구로 사용된다는 사실 역시 기억할 필요가 있다. 국가의 안보가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그 안에 속한 개인의 안보 역시 보장될 수 없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국내안보의 제 1차 보호 대상은 개인이 아닌 국가라고 보는 것이 옳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국내안보는 내부성 – 국가의 내부성 – 의 개념을 포괄한 비전통안보 개념이다. 이 ‘내부성’이라는 용어가 함축하고 있는 의미는 두가지다. 첫째는 위에서 이야기한 안보의 대상에 관한 것이며, 둘째는 국내안보가 외부적 위협보다는 내부적 위협에 집중된 개념이라는 점이다. 서발턴 현실주의 이론을 처음 발전시킨 모하메드 아윱(Mohammed Ayoob)은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국가 중 상당수가 국제안보문제보다는 국내에서 발생하는 위협들에 더욱 취약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국가의 안보와 생존이 반란, 국내테러, 집단간 폭력, 국가 전복 등 국가 내에서 발생하는 안보 문제들에 의해 위협받는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따라서 국내안보 개념은 안보 위협의 범위를 국내 위협으로 제한한다. 또한 국가의 안보가 군사적 문제와 비군사적 문제(Non-military Issues)에 의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사실 역시 인정한다.

국가중심적 안보관을 가진 이들의 관점에서는 국내안보의 개념이 안보 위협의 범위를 지나치게 다양화시키고 넓힘으로써 안보 개념 자체를 쓸모없는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잘못된 학문적 시도로 보여질 수도 있다. 그러나, 국가의 안보가 경제적 혹은 환경적 문제와 같은 비군사적 문제들에 의해 충분히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만약 특정 이슈가 국가 안보에 실질적인 위협을 가한다면, 그 이슈는 안보 위협이 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안보 영역에서 관리되어야 한다.

위에서 분석한 바와 같이, 국내안보는 새로운 안보 개념의 하나이기에 국내안보연구에 대한 국제관계 및 안보학자들 간의 활발한 논쟁을 아직까진 찾아보기 힘들다. 어쩌면 “국내안보”라는 명칭이 국제안보학의 근원 – 국제관계학 – 을 부정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탓에 국제관계 및 안보학계에서 국내안보의 개념과 영역이 환영받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안보는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안보 위협들을 이해하고 해결하기 위해 필히 연구되고 활발히 논쟁되어야 할 중요한 영역임에 틀림없다. 대다수의 지역 및 초국가 안보위협들이 국내안보위협의 형태로 처음 시작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할 필요가 있다.